가업승계 시기는 나중에 전략은 지금부터
가업승계 시기를 정해놓고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중소기업에게 가업승계란 와닿는 단어가 아닙니다.
당장 내년에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걱정하시던 대표님이 돌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던 일이 있습니다. 그 기업은 가공이익으로 누적된 미처분이익잉여금 문제 해결을 자녀분이 의뢰하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설립 초기에 자금난으로 힘겨웠던 대표님은 있지도 않은 매출을 만들었고, 대출이 연장되는 시기에도 형편이 나아지질 않아 다시 장부를 편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속세만 43억,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같은 상황을 우려하며 자문을 합니다. 그러나 결정은 대표님의 몫입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결국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모의세무진단을 진행하였고, 상속세 상당 부분을 절감 시킬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였지만, 갑작스러운 대표님의 부고 소식에 전략을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 때문에 승계 시기를 미룰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그에 대비하는 전략은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합니다.
중소기업의 비상장주식은 자산이 아닙니다. 세금을 거둬드릴 명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적정 이윤을 추구하고 이익을 실현할 필요가 다분합니다. 꼭 가공이익으로만 입찰조건을 충족시키고, 대출 연장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익숙한 방법으로 장부를 편집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일수록 이익잉여금을 상여, 배당하지 않고 누적 시키게 됩니다. 심지어 대표이사 연봉을 낮게 두고 기업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대표님도 있습니다. 법인은 개인사업자와 달리 유한책임이며, 법인 자산은 대표이사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대표이사 역시 적정한 급여와 상여, 배당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가 세금만 왕창 낼 바에야 차라리 적게 받는 게 낫다고 말씀하시는 대표님이 있습니다.
세금으로 내느니 차라리 차곡차곡 쌓아두겠다는 대표님께 지금 당장 대표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상속세를 계산하여 보여드리곤 합니다. 수십 년간 운영해온 기업을 자녀를 믿고 물려주기가 걱정된다는 대표님도 있습니다. 지금 잘나가는 사업도 몇 년 안에 사양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떠한 재능을 보이는지에 따라 사전 증여를 통해 투자해 주는 것이 보다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중기경영진흥원은 오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가업승계를 사전에 준비한 기업과 준비하지 않았던 기업의 극명한 차이를 지켜봐왔습니다. 가업승계 시기는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현재 기업 상황을 분석하여 그때그때 적합한 경영전략을 제안해 줄 전문가를 곁에 두시길 바랍니다. 대표님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진: 중기경영진흥원 박미화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