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후계구도가 중요하지만, 그 중요한 일을 실행에 옮기고 준비하는 우리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한 나라의 왕과 임금에게 주어진 사명 중 가장 중요시되던 것이 바로 후계자, 세자 책봉이었습니다. 안정적인 후계구도는 반대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장치였고, 불안한 민심을 다스리는 가장 기본 된 왕의 의무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반란세력이 들고일어났을 때 나라는 흔들렸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백성에게 전가되어 왔습니다.

대표님은 건강하셔야 합니다. 대표님이 건강할 때는 명의신탁 주식도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대표이사의 건강상의 문제와 사고사는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차명주주와의 관계가 상하 복종 관계에 있는 기간 역시 대표님이 건재하였을 때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로 가족 간 다툼이 발생하고 가족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그 원인은 대표님의 몫입니다.

가족이나 임원, 주변 지인 명의로 신탁했던 대표님 주식을 찾아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시기를 미룰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그 관계가 아무리 의심할 수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안녕을 위해서는 반드시 찾아와야할 주식입니다.

건국 초기 일등공신들에게 권력을 나눠주었다가 왕권이 흔들리고, 역모가 일어나듯이 창업 초기 일등공신들에게 주식 보다는 급여나 상여로 보상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계가 좋던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간의 관계 역시 갑작스런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일궈온 회사를 코흘리개 어린아이에게 빼앗겼다고 반기를 들고 기업의 핵심인력과 함께 경쟁회사를 창업하여 주요 거래처를 가로채간다면 버텨낼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요?

평생 제조만 해왔던 1세대의 자녀가 브랜드를 론칭하고 유통과 도소매업을 시작하며, 괄목할만한 기업 성장을 이뤘습니다. 자녀가 설립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아버지 회사의 기업가치를 추월하고 이제는 합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못 미더워하는 대표님에게 저는 과감한 투자를 제한합니다. 자본금 1억의 법인과 자본금 10억의 법인은 시작부터가 다릅니다. 자수성가하여 기업을 일궈왔던 과거 향수에 젖어, 지금 시대 환경을 간과해서는 아니 됩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이사 자리를 경험하지 못한 자녀가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이끌어온 기업을 승계 받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그런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임직원과 재산분할을 놓고 유류분 반환 소송을 이어가는 가족들, 지금 시대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불확실한 후계구도로 온전한 피해를 백성이 견뎌왔듯 하루아침에 회사가 매각되어 실업자로 평생 다녀왔던 직장을 잃게되는 실업자도 있습니다. 가업승계 시기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계구도를 생각하여 후계자를 육성하고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진: 중기경영진흥원 박미화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