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회사 가난한 CEO, 원인은?
회사에 입사해서 오랜 기간 근로한 근로자는 그 경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급여와 상여, 배당을 받습니다. 근로자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정기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대표님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한 목적은 어디에 있고, 왜 근로자로서의 삶이 아닌 대표로서의 삶을 선택하셨나요?
얼마 전 회계장부 편집으로 누적된 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대표님과의 상담에서 저는 위와 같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10년 전 3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했던 자본금 5천만원의 회사가 이제는 기업 가치 500억원이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음에도 대표님의 삶은 근로자로 함께 시작했던 직원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법인 설립 초기, 자금난에 허덕였던 뼈아픈 경험과 여러 번 기회를 놓쳤던 입찰 기회, 앞만 보며 달려왔던 대표님에게 지금의 기형적인 회사 구조는 이로울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십니까? 무엇 때문에 없는 매출까지 장부상에 만들어가며 입찰에 참여하시는 겁니까? 외부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는 올라왔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이사가 감당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대표님 급여는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고 대표님 개인 자산은 전무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회사 앞으로만 있는 자산은 기업 가치를 높이고 대표님 신변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상속세만 높이게 됩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상속과 가업승계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대표님이 기업 성장만을 목표로 승계에 대한 준비를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로자의 복지는 정부 정책으로 선진국에 좋은 이점을 따라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반면, 대표님의 복지는 인색하고, 그에 대한 준비 역시 소홀합니다. 많은 대표님이 법인 자산을 자신의 것으로 혼돈하고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생활비를 결제하고, 법인 자금을 사용하여 자녀의 주택자금으로 사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대표이사(CEO)의 자산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대표님 개인 자산이 없다 보니, 결혼을 앞둔 자녀의 주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자금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상장 법인 주식은 쉽게 현금화할 수 없습니다. 사려는 사람도 없는데, 승계 시에는 과도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원인이 됩니다. 승계를 경험하지 못한 대표님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자신과 자녀에게 인색하여 나중에 회사 형편이 좀 나아지면 그때 하지라며 미루는 데에 있습니다.
당장 이번 달 직원들 급여가 밀릴까 봐 사돈에 팔촌에 지인에 대부업체 돈까지 빌려다가 직원들을 챙기면서, 정작 자신의 월급은 1원도 가져가지 않고 법인카드로 생활비만 겨우 사용하는 말 못 할 상황이 반복되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시는 건가요? 나를 믿고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서 내 배우자와 자녀의 삶을 길바닥으로 내모 시겠습니까? 냉철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잘나가던 기업도 한순간에 자금 압박으로 파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만 부자이고 정작 대표는 가난하다면, 남겨진 대표님의 가족은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급변하는 시대 환경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 세계가 질병의 공포를 마주하고 이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알았을 기업이 있었을까요? 법인카드로 생활비를 결제하고 법인 자금으로 자녀 주택자금을 도와주면, 가지급금이 되고 대표이사 횡령 배임죄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중이란 없습니다. 지금부터 대표님과 대표님 가족을 위해 법인 이익을 적정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잘나가던 여행사와 항공사가 긴급 경영 자금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 누구도 폐업 이후 대기업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삶이 곤궁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 가장 큰 피해는 대표이사 가족들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표님의 법인 이익 실현은 당연한 것임에도 미뤄왔단 사실을 이번 기회에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관련 문의 1811-7230 [사진: 중기경영진흥원 박미화 상무]